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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

[공상 소설] 페르미온 EP.2 거짓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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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소설 페르미온_2화 거짓의 대가 - 오딕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 법인가 봐요. (커버 이미지 - 이경수 : 박철용의 장인어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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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오로 듣고 싶으시다면?

 

2화 거짓의 대가

1999년 서울. 나는 운이 좋게도 한국 최고의 명문 대학인 한국 대학교에 합격했어. 명문대에 진학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결코 학문적 성취 때문은 아니었어. 이곳은 단지 내게 더 높은 급여를 주는 회사로 들어가기

위한 간판에 불과했지.

 

나는 군대를 면제받고 24살에 세무사 자격증을 획득했어. 그리고 졸업 하자마자 서울에 가장 큰 세무 법인에 입사
할 수 있었지. 처음엔 돈이 없어 집에서 출퇴근했지만 너무 힘이 들었어. 그게 정신적인 힘듦일지도 모르겠지만 매일 

좁은 언덕길을 매일 오르내려야 했으니... 술이라도 먹고 오는 날엔 고역이 따로 없었지.

 


그래서 나는 입사 후 몇 달 간 모은 돈으로 회사 근처에 작고 오래된 전셋집을 알아봤어. 나는 월급 대부분을 저축한데다

회사도 탄탄해서 전혀 문제는 없었어. 내가 입주한 첫 집은 남들에겐 보잘것없는 집일 수 있어도, 우리 집에 비하면

펜트하우스 수준이었어, 진짜 행복했지.

하지만 이곳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없었는데, 물론 두 명이 함께 같이 살 공간도 아니었긴 했지만, 어머니는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내가 자유롭길 원하셨던 것 같아. 나는 나 혼자 달동네를 탈출한 게 죄송하기도 해서 어떻게든 

더 크고 좋은 집에 어머니를 모시고 싶은 생각뿐이었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 월급을 높이는 방법뿐이더라... 그래서 나는 나의 

급여와 관련된 대표님, 거래처 담당자들과의 술자리는 모두 참석했고, 그들이 귀가하는 것을 본 뒤 나는 걸어서 귀가했지.
당시 나는 택시비, 버스비도 사치라고 생각했거든... 그런 내 간절함이 통해서였을까? 회사에서 나의 입지는 수직으로

상승하며 급여도 많이 올랐어.

하지만 내 몸은 잦은 야근과 술자리로 서서히 망가져 갔지. 이젠 숙취해소제를 먹지 않으면 아침에 눈 뜨는 게 무서울 

정도였어.

 

2009년 서울

 

그러던 그날도 퇴근 후 선약이 있어서 숙취해소제를 사려고 회사 건물 1층 편의점에 들렀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그리고 동시에 울리는 휴대전화기 벨 소리...

 


철용 : 여보세요. 박철용입니다.

대표 : 그래, 오늘 비가 너무 많이 내리는구먼. 아무래도 오늘 회식은 조금 힘들겠어.

철용 : 네 알겠습니다. 비도 많이 오는데 대표님도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장대비가 쏟아지니 대표님은 일찍 들어간다고 하셨어. 하지만 나는 일찍 들어갈 수가 없었지. 부끄럽지만 나는 셔츠만 

여러 장인 단벌 신사였거든. 이런 장대비에 옷이 다 젖어버리면 관리하기 너무 어려웠기에 나는 비가 그칠 때까지 조금

기다리고 했지.

근데 그냥 기다리긴 미안하기도 하고 마침 퇴근길에 출출하기도 해서 나는 컵라면 하나를 샀어. 자리에 앉아 라면을
먹으려는데 아르바이트가 계속 나를 쳐다보더라고... 나도 대학 시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봐서 아는데, 라면 국물을

버리면 퇴근 전에 음식 찌꺼기 통을 비워야 해서 그 심정을 잘 알지.

나는 라면 국물을 깨끗하게 비우고, 다시 한번 창 밖을 쳐다보았는데, 비는 그칠 생각이 없었지. 너무 오래 앉아있는 것도
미안해서 우산이라도 하나 살까 고민하던 찰나에...

 


아르바이트생 : 오늘따라 비가 그치지를 않네요.

철용 : 네 일기예보에도 비 소식은 없었는데...

아르바이트생 : 매일 숙취해소제 사가시는 분 맞죠? 혹시 오늘 우산 놓고 오셨나요?

철용 : 네. 조금 기다렸다가 가려고 했는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생 : 워낙 자주 오시니까.. 우연히 퇴근하시는 걸 봤는데, 같은 방향인 것 같아서요. 저 좀 있으면 퇴근인데 

                         괜찮으시면 같이 가시겠어요?

철용 :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의 갑작스러운 인사에 분위기는 편안해졌어. 원래 내가 이런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집에 있는 우산을 안 사도 된다는 

생각에 반사적으로 대답을 해버렸어. 물론 저렇게 귀여운 아이와 퇴근하는 것도 기쁜 일이었지.

아르바이트생 : 술을 너무 자주 드시는 거 아니에요? 맨날 숙취해소제만 사시는 것 같아서요.

철용 : 네 여기서 저는 별명이 국회의원일 정도로 경조사나 회식은 빠짐없이 참석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술을 먹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젠 몸이 감당하지 못하다 보니...

아르바이트생 : 여기 이 빌딩에서 근무하시는 분이죠? 그럼 오가며 마주치기도 편할 테니 딱 일주일만 술 안 드시기로 

                         저랑 약속해요. 그럼 제가 당 떨어지지 말라고 초콜릿 하나씩 드릴게요. 얼마 안 되어 보여도 아르바이트

                         한테는 큰돈이라고요!

 


정말 내 인생 최고의 퇴근길이었어.. 어느 정도 걸었을까? 비는 가랑비 정도로 약해졌고, 미라는 집 앞이라며, 우산은 

나중에 주라고 하며 나와 헤어졌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실 미라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어. 단지 나와
친해지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었지.

 

그렇게 집에 돌아와 나는 지난날을 회상해 봤어. 부끄럽지만 내 인생에 연애는 없었거든... 내 첫사랑은 중학교 동급생

이었는데, 학교에서 가장 예쁜 그러니까, 남학생들에겐 아이돌 같은 존재였지. 하지만 가난에 대한 자격지심 때문이

었을까? 나는 졸업할 때까지 그녀에게 말 한마디 먼저 건네보지 못했어.

이후 몇 안 되는 아이들이 먼저 내게 만남을 제의하기도 했지만, 나는 성공 전까지 모든 연애가 사치라고 생각했어. 

아무리 좋아도 돈이 없으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뻔히 보였거든. 하지만 지금은 달랐어. 나는 대한민국 평균을 훨씬

웃도는 돈을 벌고 있고, 번듯한 직장에서 입지도 탄탄할뿐더러. 오래되고 작고, 전세긴 하지만 내 집도 있었기에, 이 

여자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어.

 


물론 연애를 한다면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 달성은 뒤로 밀리겠지만, 첫 연애에 대한 감정은 그 무엇보다 달콤해서 그 

생각마저도 잊게 했지. 그런데 우린 너무 사랑한 나머지 실수를 하고 말았어. 미라가 임신을 한 거야. 나는 미라가 상처

받을까 봐 겉으론 행복한 척을 했지만, 이 상황은 내게 재앙 수준이었어. 

 

집이라도 산 뒤 임신을 했으면 모르겠지만, 집세가 고정지출 된다면 돈을 어떻게 모을지 눈앞이 캄캄했지... 그럼에도

나는 미라와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어. 내 인생에서 누군가를 이렇게 지키고 싶었던 적은 처음이었거든. 물론 미라도 

지키고 싶어 하는 눈치였고...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미라의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날을 앞두고 있었어.

그날 밤 나는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내 명함을 한동안 물끄러미 쳐다봤어.

 

'이 명함은 내 인생을 갈아 만든 명함이야..'
'이 명함이 가진 무게는 가볍지 않아.'
'할 수 있어...'

나는 그렇게 각오를 다지며 미라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게 되었지.

 


경수 : 자네 강남 세무 법인에 다닌다고 들었네.

이야기를 조금 나누어보니 내 장인 될 사람은 그 무엇보다 타이틀에 집착하는 사람이었어. 한평생 경찰로만 사셨는데,
진급도 제대로 못하고 후배들에게 무시를 받고 사셨으니... 그렇게 사랑했던 딸의 남편으로는 사회적으로 무시당하지 

않는 남자를 바라셨을 거야.

철용 : 네 그렇습니다.

경수 : 우리 미라가 아주 듬직한 남자와 만났구먼. 나는 자네도 맘에 들고, 아주 행복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서운한

           면도 조금 있네. 우리가 비록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미라만큼은 양갓집 규수 부럽지 않게 키우려고 했거든.
           그런 소중한 딸이 시집을 간다고 하니, 내 인생을 빼앗긴 느낌이야,. 이런 딸을 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이 편하지

           만은 않은 점을 이해해 주게나...

미라 : 아빠 왜 그래...

철용 : 네 아버지가 믿어주신 만큼 미라 그리고 뱃속에 있는 우리 아이 그 누구보다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경수 : 고맙네... 그럼 미라야. 너희 시댁 인사는 언제 드리러 가니? 상견례 날짜도 잡아야 하지 않겠니?

 


그때 왜 그랬는지 지금도 모르겠지만,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지, 그때까지만 해도 난 장원급제 한 사위 같았는데, 우리 

집을 소개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졌어. 물론 그 집도 그리 대단한 집안은 아니었지만, 혹시나 결혼이 파투 날까..

혹은 집도 없고, 집안도 가난한 남자가 대책 없이 애부터 가져 처가에서 무시당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미라 : 음 글쎄? 사위랑 이야기 해봐야 하지 않을까?

철용 : 아버지 제가 사실 미라에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는데.. 사실 저는 고아… 출신입니다. 숨기려고 숨긴 건 아니

          었는데, 인생에 상처였기에 미리 말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장인 장모는 고아임에도 훌륭하게 성장한 나를 위로해 주셨고, 미라는 조금 놀란 눈치였지만 그럼에도 나를 꼭 안아주었어.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그날 밤은 깊어갔지만... 이 불효자 말 한마디에 어머니는 세상에 없는 사람이 돼버리셨어.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는 법일까? 미라가 아이를 임신 중이었기에 우리는 먼저 혼인 등록을 했는데, 나는 내 거짓말이 탄로 날까 두려워 미라에는 태교에 집중하라고 하고, 바쁜 내가 시간을 내어 모든 행정 업무를 도맡았지. 얼마 후 미라는

예쁜 딸을 낳았고, 나의 요청으로 우린 조촐한 홈 웨딩을 올렸어.

2010년 서울

 

 

아이가 없던 집안에, 그리고 그렇게 아끼던 딸이 손녀를 안겨주자 집안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고였지만, 반대로 내 마음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지. 알지도 못하는 손녀의 존재를 알게 되면 할머니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나는 그때 하루빨리

성공한 뒤 이 사실을 말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만이 해답이라고 생각했어.

철용 : 이번 추석에도 찾아뵙는 게 어려울 것 같아요. 일이 너무 바빠서요.

미영 : 아들. 그래도 명절인데 같이 보내면 안 될까? 아들이랑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있고...

철용 : 그건 나중에 집에 들르면 그때 이야기해요. 어머니. 그럼 바빠서 먼저 끊을게요.

 


내 진심은 이게 아니었는데 너무 죄송스럽다 보니 나는 어머니를 피해버렸지. 물론 나는 아내 몰래 연차를 써서 어머니를 찾아뵙곤 했는데, 처가에 들킬까 무서워서. 나는 어머니와 외출을 하지도 못했어. 그렇게 정신이 피폐해져 갈 즈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기 시작했는데...

 

인물열전 ② 이경수

 

* 본 포스팅은 PC 해상도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유튜브 혹은 오딕에서 골든파파, 공상소설 페르미온 검색하시면 더욱 몰입감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본 소설의 내용은 철저한 허구로써, 특정 조직 및 세력을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으며 만약 소설 속

  인물 혹은 조직이 실존한다 하여도 이는 우연의 일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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